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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 writing/2차 창작

[내 스급] 노아

*날조 주의

*연성 키워드: 차이나 드레스, 안약 

한 사람, 두 사람

 그는 차가운 눈으로 시야 속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수를 조용히 셌다. 그런 그의 눈길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끼리의 대화에 빠져 웃고 떠들기에 바빴다.

 기다란 금발을 한 번 더 매만지며 서있는 그의 몸은 차이나 드레스로 가려져 있었다. 낭창한 몸매를 가린 차이나 드레스는 붉은 비단 위에 금빛용이 수놓아져 있어 누구든 한 번은 돌아볼 법 하건만 그 많은 사람들 중 누구도 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곳곳에 진미가 펼쳐져 있건만 정작 그는 연회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지 지루하다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몇 곡의 노래가 귓가를 지나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좀 더 높아지려는 그 때, 그의 귓가에 짧은 진동이 울렸다. 샹들리에의 불빛에 비춰 반짝이는 귀걸이가 짧게 떨자 그는 손목에 찬 시계를 흘끗 보고는 벽에서 등을 뗐다. 비단을 신은 듯 바닥에 스치는 소리조차 없이 빠르게 걸어간 그는 목표물을 시야에 담은 채 잠시 발을 멈췄다. 그리고 품에서 자그마한 안약을 꺼내들은 그는 자신의 눈을 향해 투명한 액체를 몇 방울을 떨어트렸다. 한 두 방울씩 떨어진 액체가 동공에 닿자 연회색의 눈동자는 자신의 색을 바꿨다. 그리고 몇 번 눈을 깜박이자 그 곳에는 보랏빛 눈동자를 지닌 한 여성만이 서있었다. 누구든 홀릴 수 있는 외모의 소유자는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은 채 찬란한 빛의 아래로 걸어 나갔다.

 금빛을 가득 머금어 눈이 부시게 물결치는 머릿결은 허리까지 내려와 윤기를 자랑했고, 붉은 빛의 드레스는 움직임이 불편하지 않도록 적당한 폭을 유지하며 발목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존재감은 옅게 지워버린 채 그는 자연스레 사람들의 무리에 녹아들었다. 웨이터들이 돌아다니며 건네주는 칵테일은 그 자리에 맞게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 하나 가져가고 싶은데 없겠지?’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임무를 수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머릿속에는 벌써 돌아가 웃고 떠들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짧은 상념을 깨운 것은 손목에서 잘게 우는 시계의 알람이었다. 피부의 감촉으로만 느낄 정도로 작게 울은 시계가 채 진동을 멈추기도 전에 그의 발은 어느새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닥칠 일을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웃고 있는 목표의 옆을 지나며 그는 자신의 손을 잔 위로 지나게 했다. 그대로 조용히 지나간 그는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자리를 빠져나왔다.

 “끝냈어요.”

짧게 임무의 완료를 마친 그의 말이 마치자마자 누군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정체는

 “안 들킬 거에요.”

 자신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는 빙긋이 웃으며 말을 마쳤다.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연회장에서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남녀 구분 없이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음은 노아와 그의 앞에 서있는 사람의 귀에 내리꽂혔다.

 “누구,”

 채 말을 마치지 못한 채 그는 급하게 몸을 숙여야했다. 그리고 머리 위로 스쳐가는 손날에 그의 머리카락 몇 올이 허공을 날았다.

 “최소 S, 금색의 장발에 바이올렛 색 눈, 격투 중심의 능력자다. 파악해.”

 그나마 이런 일에 익숙한지 빠르게 정보를 파악하는 그는 통신기에 대고 자신이 알아낸 것들은 전해주었다. 그리고 모든 지시사항이 전해지자마자 그의 통신기는 독에 의해 녹아 없어졌다. 갑작스런 사건에 눈을 동그랗게 뜬 그를 향해 차가운 미소를 지은 노아는 손에 든 기기를 녹여 없앴다.

 “등급 말고는 하나도 못 맞췄네. 그러니 제 주인도 못 지키지.”

 그리고 부족한 가드의 눈에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괴수의 것으로 변한 손이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었다. 분명 약하지만은 않을 피부임에도 불구하고 종잇장처럼 피부에 박힌 손을 조용히 빼며 그는 자리를 떴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구둣발 소리를 뒤로 하고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연 그는 차가운 밤공기를 한가득 받아들였다. 몸을 숙인 그는 자신의 허벅지부터 손톱을 내리세우며 쭉 그었다. 몸을 감싸고 있는 비단이 찢어지며 새하얀 피부가 달빛에 드러났다. 새하얀 피부 밑의 근육에 살짝 힘이 들어가자마자 어느새 누가 있었다는 양 옥상에는 휑한 바람만이 불었다.

자신을 찾는 고함소리를 뒤로 한 채 씨익 웃은 그는 까만 밤하늘을 빠르게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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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유진] 눈치

 “오늘 약속 있어요?”

 한유진은 간단한 식사를, 둘이 합쳐 토스트 4개와 여러 종류의 과일 그리고 시리얼 두 그릇이지만, 마친 후 그릇을 정리하는 등을 향해 별거 아닌 질문을 던졌다.

 “, 저녁에 약속 있어.”

 달그락 거리는 소리는 끊기지 않은 채 계속 이어졌다.

 “그 전에는 시간이 나요?”

 쏴아아하고 내려오던 물소리가 끊겼다.

 “오늘 강의가 2개고, 빈 시간에는 과제하러 가야될 것 같은데. ?”

 바로바로 나오던 그의 대답과는 다르게 그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 사이에는 긴 공백이 그 사이를 채웠다.

 “아니에요. 그럼 오늘 늦게 들어오겠네요.”

 “아마 그럴걸.”

 결국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 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어요. 저 먼저 가볼게요.”

 “같이 안 가?”

 어느새 신발을 신고 있는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현관에서 나기 시작했다.

 “, 오늘 좀 일찍 가야 되서요.” 

 그 말을 끝으로 쾅 닫힌 현관문은 집 안에 정적을 채웠다.

 

 시끌벅적한 복도를 지나 강의실의 문을 열자 저 멀리 동그란 까만 머리통이 눈에 떡하니 박혀들었다. 항상 같이 나가던 자취방을 혼자 나오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던가. 하지만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아직도 제 애인의 행동을 이해 할 수 없는 송태원은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자연스레 등 뒤에 맨 백팩을 내려놓으려는 것을 어느 목소리가 막았다.

 “선배, 거기 제 자리에요.”

 그 말에 고개를 내려 보자 이미 펴져있는 책과, 필기구. 그리고 분명 한유진의 것이 아닌 파스텔 톤의 가방이 의자에 걸려있는 것이 보였다.

 “, 미안.”

 당황감이 온 몸에 가득 퍼졌지만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다른 빈자리를 찾아 몸을 돌렸다. 하지만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는지 그의 손가락 끝이 움찔거렸다. 자신을 덮고 있던 거대한 몸의 그림자가 머리 위를 지나 사라질 때까지 한유진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은 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 솔직히 말해봐. 무슨 일 있었지?”

 “아니. 별로.”

 별로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전혀 아무 일이 없던 사람은 아니지만 싸하게 내려앉은 눈동자에 그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았다.

오랜만에 한유진과 떨어져 앉은 송태원은 강의시간에 집중하지 못했다. 아니 못하진 않았다. 그저 시선의 끝이 교수와 그 앞에 있는 한유진의 뒤통수를 향해 왔다 갔다 했을 뿐이었다. 평소 잘 들어오던 교수님의 강의가 오늘따라 귓가에 맴돌 뿐 들어오지 않았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강의가 끝난 후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그를 향해 걸어갔다.

 “, 먹으러 갈래?”

 “유진이 오늘은 저랑 먹기로 했어요~”

 뭐가 그리 좋은지 팔에 찰싹 붙어 한유진을 끌은 그는 어느새 강의실을 나가 저 멀리 점이 되어 사라졌다.

 

 “진짜 무슨 일인데 수업 시간 내내 죽상이냐.”

 “아니라고.”

 밥을 먹지도 않은 채 그저 젓가락을 깔짝거리고 있는 그를 보며 그의 친구는 결국 들고 있던 숟가락을 머리통을 향해 휘둘렀다.

 “밥도 안 먹으면서!”

 평소 밥을 챙겨 먹는 걸 매우 중시하는 그가 음식에 손은 대지도 않은 채 깨작거리고 있는 모습에 그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뭔데. 말해봐.”

 “오늘,”

 잠시간의 만담이 오간 이후, 그는 적당히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 아무래도 아니지 않을까?”

 “그래도 벌써 오늘이 다 지나가는데!”

 “저녁도.

 “약속이 있으시단다!”

 자기가 생각해도 억울한지 한유진의 입에서는 소리가 빽하고 나왔다. 새되게 나온 목소리에 사람들의 이목이 잠시 집중되었지만 주변의 소음과 함께 금세 사라졌다.

 “그래. 송태원 선배라면.”

 송태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성실과 책임이었다. 교내의 커다란 일의 진행에는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고, 회의에도 빠지지 않은 채 모든 일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도 설마 선배도 처음 일텐데, 그럴까.”

 

 평소에는 그리도 눈에 잘 들어오던 자그마한 몸이 오늘 따라 왜 그리도 안 보이는지 그는 하루 종일 시선을 한 곳에 두질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한유진은 어디론가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길 위를 가득 채운 노을빛 속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 지금 가야 해. 안 그럼 늦어.”

 종일 자신을 피하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그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무겁게 디뎠다. 그리고 뒤돌아선 그의 눈앞에 까만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약간의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송태원은 그림자의 주인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잠시만.”

 낮은 목소리로 일행의 움직임을 멈춘 그는 재빨리 그림자의 위를 밟았다. 그리고 그림자의 끝에는 붉게 물든 눈과 앙 다문 입술이 있었다. 이를 본 그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끝나기도 전에 쏘아져오는 눈길에 그는 말을 채 잇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진짜 오늘 회의 가요? 그리고 나 잘 때 돼서야 들어오고요? 오늘 무슨 날인진 알아요?”

 하루 종일 그 말을 다 어떻게 참았는지 쏟아져 나오는 말에 송태원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짧으며 긴 시간이 지난 후 그는 결국 하나의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다

 “미안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확실히 알 때 나오는 그의 어투에 한유진의 눈매에 변화가 생겼다.

 “근래에 너무 바빠서, 아니 미안합니다. 이런 걸 잊으면 안 되는 건데.”

 변명조차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미안함을 전하는 그의 말에 다문 입술이 열렸다.

 “바쁜 거 나도 알아서 차마 물어보지도 못하겠고, 이런 마음이 드는 게 옹졸하진 않나 싶어서 말도 못하겠고.”

 평소 자신의 생각을 잘 말하지 않는 한유진의 성격 상 하루 종일 고민했겠다 싶은 마음에 송태원은 손을 들어 한유진의 눈가를 훔쳤다.

 “가자.”

 살풋 눈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가자는 그의 말에 오히려 한유진의 눈이 커졌다. 그저 조금 일찍 올 줄 알았던 그는 자신의 생각 이상의 결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저 오늘은 집에 일이 생겨서 가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가 벙쪄있는 사이에 일을 끝내고 온 그는 여전히 길 위에 서있는 한유진의 손을 잡아끌었다.

 “오늘 먹고 싶은 거 있어? 케이크 사갈까?”

 이것저것 물으면서도 놓지 않는 손에 한유진의 입가에는 슬며시 미소가 피어났다. 그렇게 그들의 백일의 기념일은 그 어느 날보다 달달한 향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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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유진] 새벽의 아름다움에 대해.

 비록 거리의 가로등이 맘껏 들어오지는 못했지만 거실은 빛과 어둠이 적절히 섞인 어둠으로 가득 채워져있었다. 그리고 24시간을 꽉꽉 채워 사용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어둠의 품 속에서 다음 날을 위해 다른 세계로 빠져들어있었다. 그렇게 밤의 주인공만이 제 안에서 자는 사람들을 보살피고 있는 누구의 기척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간간이 동물들의 울음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평소 밤만 되면 깨어나 움직이던 코메트를 유진이 오늘만큼은 편히 자야겠다며 사육장으로 보냈고, 같이 살던 동거인들은 S급 던전의 공략을 위해서 며칠간 집을 비웠다. 그 결과 집에 사람이라고는 집주인과 금색의 용으로 변할 수 있는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

휑하니 비어버린 난 자리를 느낄 법도 하건만 그런 것 하나 없이 잘 지내던 금색의 용이 평소에 자던 거실의 소파 위에서 눈을 떴다감겨있던 눈이 떠지자 뜨자 새벽의 구름을 옮겨 담은 듯한 눈동자가 드러났다. 연회색의 눈동자가 빠르게 두세 번 꿈벅이더니 그 사이 눈 안의 졸음을 다 몰아냈는지 어느새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 곧 해가 뜨려 하는지 저 멀리 건물들 너머로 새어 나오는 주황빛의 띠가 땅을 감싸고 있었다.

 ‘어제 너무 일찍 잤나.’

 모처럼 일이 없던 유진의 스케줄에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모든 일을 마치고 가볍게 저녁을 먹고 들어온 유진은 그동안의 피로를 풀겠다며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노아 자신이야 웬만한 일에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이 집의 주인은 다른지 그 누구보다 빠르게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하루에 돌보는 몬스터의 숫자만 하더라도 충분히 힘들 법도 한데, 동생이 자리를 비운 사이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며 감시가 붙지 않은 지금이 최적이라며 돌아다니더니 결국 피곤하다며 선언을 한 것이다. 물론 그의 성격상 그 누구에게도 대놓고 피곤하다며 말은 하지 못했지만 하루 종일 두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는 모습이 노아의 눈에 자주 들어왔다.

깨자마자 떠오른 그와의 하루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는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들어있던 몸의 감각을 깨우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그 무엇도 아닌 침실에서 고르게 숨을 들이마시고 있는 유진의 잠꼬대였다.

 “우리 피스 착하네.. 삐약아 마석, .”

 미처 말을 끝내지 못하고 다시 잠자리로 끌려가버렸는지 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자신이 키우는 생명들이 그리도 좋은지 꿈에서조차 만나고 있는 유진의 모습에 노아의 입술에는 작게 초승달이 그려졌다.

 자고 있을 유진의 모습이 그려지자 보고 싶은 마음이 커져버린 노아는 조용히 침실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자신의 기척이 느껴져 깰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평소보다 조심해서 걸어갔으나, 방으로 들어오는 노아의 모습에 유진의 품에 있던 피스의 두 눈이 갸름하게 떠졌다. 하지만 조용히 하라며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는 그의 모습에 별다른 행동 없이 다시 스르륵 눈을 감았다. 작은 동물의 행동에도 잠시 멈칫한 그는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침대가의 끄트머리에 도착한 그의 눈에 붉은 털 뭉치를 끌어안고 자는 유진의 모습이 들어왔다. 입을 쩝쩝 다시며 뒤척이는 그의 입술에서 시선이 동그란 머리로 옮겨졌다. 한 번만 만져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머릿결을 향해 뻗어지던 손가락이 채 검은 결에 닿기도 전에 다시 거둬졌다.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했던 오른손을 왼손으로 꼭 붙잡은 채 그저 자는 유진의 모습을 지켜만 보는 노아의 가슴 한편 이 찌르르 울렸다. 언제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이 손을 뻗을 수 있을까요.

 차마 내뱉지 못한 문장이 입안에서 녹아내려 다시 그의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던 말 대신 노아의 입에서는 다른 말들이 하나 둘 꺼내지기 시작했다.

 “유진씨, 저는요. 요즘이 너무 좋아요.”

 한 음 한 음에 자신의 마음을 가득 담고 싶었는지 그는 천천히 첫 번째 문장을 뱉었다. 노아 자신의 인생은 한유진이라는 사람을 만났을 때와 만나기 전으로 나뉜 듯했다. 하나뿐인 혈육마저 자신을 혈육으로 대해주지 않는, 그 누구도 자신을 노아라는 사람으로 보아주지 않던 세상이 그를 만나고서 달라졌다. 나를 나로 봐주는 사람. 그 존재의 의미를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버린 존재에게 다른 마음 또한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었다.

 “유진씨를 만나기 전까진 그 누구도 내게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어요.”

 무엇을 하든 노아의 탓이 아니라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며 고운 말을 하는 유진의 모습이 잠시 떠올랐다 사라졌다. 또 누가 그에게 말을 잘못하여 상처를 주지 않았나 신경 쓰며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을 고르고 골라 그에게 건네주는 그의 모습이 노아는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계속해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유진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된 이후 그의 세상은 다시 한 번 완벽히 뒤집혔다. 그저 누군가와 단둘이 마주 앉아 먹는 음식이 그렇게까지 맛있을 일인가를 그는 알지 못했었다. 누군가를 등 뒤에 태우고 어딘가를 향해 날아갈 때 느껴지는 바람이 그렇게도 시원한 감촉을 선사해주는지를 그는 여태 알지 못했었다. 하루의 일정이 끝나고 집에 들어설 때 집안 곳곳에 배인 타인의 향이 자신의 기분을 이렇게 만들 수 있을 줄은 그는 단 한 번도 예상해 본 적이 없었다.

 “유진씨 덕분에 저는 드디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기뻐하며 사는 매일을 살고 있어요.”

 그리고 이 모든 건 유진, 한유진으로 인해라는 말로 시작되어야지만 저에게 의미를 가져요. 당신이 없었더라면 제 인생은 아마 앞으로도 의미를 가지지 못한 채 지나갔겠죠.

 잠들어있기에 들을 리 없건만 유진의 귓가가 잠시 움찔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 모습마저도 너무나도 좋은지 노아의 심장은 좀 전보다 살짝 빠르게 두근거렸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진다는 게 이리도 행복한 일인 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당신을 만났을 것을. 하지만 그런 후회도 잠시, 어느 때가 되었든 만났으면 되었다는 생각이 잠시 우울해지려던 그를 붙잡아 진정시켰다.

아직은 새벽의 공기가 쌀쌀하기에 저 아래로 밀쳐진 이불을 가슴께까지 덮어주고 나온 그는 베란다로 향하는 창문 앞에 가 섰다.

언제부터였을까, 예쁘게 반짝이는 샛별의 아름다움에 취해 하나하나 눈에 담기 시작했던 것은.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또한 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라는 걸 그는 알 수 있었다. 그저 반짝이게 웃는 그의 미소와 같은 것들을 찾다 보니 그의 눈은 어느샌가 예쁜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미소가 이쁘다는 노아의 말에 유진은 오히려 노아의 미소가 더욱 밝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의 눈에는 자신의 미소보다는 왠지 모르게 현재에 대해 만족해하는 그의 미소가 더욱 아름답게만 보였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으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을 볼 때마다 노아는 반짝이는 걸 찾는 것이 변해가고 있는 자아의 투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제가 유진씨 덕분에 새로운 것에 눈을 뜬 게 이런 걸로 보이는 걸까나요.’

 오늘 또한 어김없이 제게 햇살 한 줄기를 나눠준 그가 생각나자 그의 두 볼은 날이 덥지도 않건만 애틋이 달아올랐다. 후끈거리는 볼을 진정시키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창문 위로 순간 그가 좋아하는 사람의 미소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잘못 본 건가 싶어 놀라 다시 바라보자 자신이 그리도 어여뻐했던 표정을 지닌 자신이 창 앞에 서있었다.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볼이 누군가에게 보일 리도 없겠건만 부끄러운지 두 손으로 볼을 감싸 쥔 그는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

덮어주었던 이불은 그새 어디로 팽개쳤는지 전신을 드러낸 채 자고 있는 그의 모습에 결국 노아의 입에서는 막지 못했던 말이 흘러나왔다.

 “예쁘네요.”

 자신이 말해놓고도 믿기지 않았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틀어막은 그는 그대로 쪼그려 앉았다. 강하게 뛰는 감정의 소리가 그에게 들리지는 않을까 무릎을 그러모은 채 침대의 옆면에 몸을 기대앉은 그는 그렇게 두 눈을 감았다.

 “요즘 제게 아름답지 않은 걸 찾기가 너무 어렵네요.”

 더 이상 사치가 아니게 되어버린 고민에 행복한 미소를 지은 그의 두 눈이 편안히 감기기 시작했다. 어둑하게 눈을 감아도 보이는 누군가의 모습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잠들었다.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이 제게는 그 어느 무엇보다도 몇 배는 아름답게만 보이네요.

 어느새 부지런한 해가 떠오르고 햇살이 방안 모두의 눈가에 내려앉을 때가 되어서야 일어난 유진은 손을 위로 쭉 뻗었다. 그리고 생각 없이 내린 손끝에 닿은 이상한 감촉에 제대로 뜨지도 못한 두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노아씨! 왜 여기서 자요!”

 다급한 외침에 같이 눈을 뜬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배시시 웃어 보일 뿐이었다.

 “, , 그냥.”

 유진씨 옆에 있고 싶었어요.

오늘 또한 제 안에서 만들어진 문장을 뱉을 용기가 없는 그는 또다시 웃어 보이기만 했다.

 “괜찮아요. 이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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