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writing/2차 창작

[태원유진] 눈치

 “오늘 약속 있어요?”

 한유진은 간단한 식사를, 둘이 합쳐 토스트 4개와 여러 종류의 과일 그리고 시리얼 두 그릇이지만, 마친 후 그릇을 정리하는 등을 향해 별거 아닌 질문을 던졌다.

 “, 저녁에 약속 있어.”

 달그락 거리는 소리는 끊기지 않은 채 계속 이어졌다.

 “그 전에는 시간이 나요?”

 쏴아아하고 내려오던 물소리가 끊겼다.

 “오늘 강의가 2개고, 빈 시간에는 과제하러 가야될 것 같은데. ?”

 바로바로 나오던 그의 대답과는 다르게 그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 사이에는 긴 공백이 그 사이를 채웠다.

 “아니에요. 그럼 오늘 늦게 들어오겠네요.”

 “아마 그럴걸.”

 결국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 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어요. 저 먼저 가볼게요.”

 “같이 안 가?”

 어느새 신발을 신고 있는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현관에서 나기 시작했다.

 “, 오늘 좀 일찍 가야 되서요.” 

 그 말을 끝으로 쾅 닫힌 현관문은 집 안에 정적을 채웠다.

 

 시끌벅적한 복도를 지나 강의실의 문을 열자 저 멀리 동그란 까만 머리통이 눈에 떡하니 박혀들었다. 항상 같이 나가던 자취방을 혼자 나오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던가. 하지만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아직도 제 애인의 행동을 이해 할 수 없는 송태원은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자연스레 등 뒤에 맨 백팩을 내려놓으려는 것을 어느 목소리가 막았다.

 “선배, 거기 제 자리에요.”

 그 말에 고개를 내려 보자 이미 펴져있는 책과, 필기구. 그리고 분명 한유진의 것이 아닌 파스텔 톤의 가방이 의자에 걸려있는 것이 보였다.

 “, 미안.”

 당황감이 온 몸에 가득 퍼졌지만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다른 빈자리를 찾아 몸을 돌렸다. 하지만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는지 그의 손가락 끝이 움찔거렸다. 자신을 덮고 있던 거대한 몸의 그림자가 머리 위를 지나 사라질 때까지 한유진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은 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 솔직히 말해봐. 무슨 일 있었지?”

 “아니. 별로.”

 별로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전혀 아무 일이 없던 사람은 아니지만 싸하게 내려앉은 눈동자에 그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았다.

오랜만에 한유진과 떨어져 앉은 송태원은 강의시간에 집중하지 못했다. 아니 못하진 않았다. 그저 시선의 끝이 교수와 그 앞에 있는 한유진의 뒤통수를 향해 왔다 갔다 했을 뿐이었다. 평소 잘 들어오던 교수님의 강의가 오늘따라 귓가에 맴돌 뿐 들어오지 않았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강의가 끝난 후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그를 향해 걸어갔다.

 “, 먹으러 갈래?”

 “유진이 오늘은 저랑 먹기로 했어요~”

 뭐가 그리 좋은지 팔에 찰싹 붙어 한유진을 끌은 그는 어느새 강의실을 나가 저 멀리 점이 되어 사라졌다.

 

 “진짜 무슨 일인데 수업 시간 내내 죽상이냐.”

 “아니라고.”

 밥을 먹지도 않은 채 그저 젓가락을 깔짝거리고 있는 그를 보며 그의 친구는 결국 들고 있던 숟가락을 머리통을 향해 휘둘렀다.

 “밥도 안 먹으면서!”

 평소 밥을 챙겨 먹는 걸 매우 중시하는 그가 음식에 손은 대지도 않은 채 깨작거리고 있는 모습에 그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뭔데. 말해봐.”

 “오늘,”

 잠시간의 만담이 오간 이후, 그는 적당히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 아무래도 아니지 않을까?”

 “그래도 벌써 오늘이 다 지나가는데!”

 “저녁도.

 “약속이 있으시단다!”

 자기가 생각해도 억울한지 한유진의 입에서는 소리가 빽하고 나왔다. 새되게 나온 목소리에 사람들의 이목이 잠시 집중되었지만 주변의 소음과 함께 금세 사라졌다.

 “그래. 송태원 선배라면.”

 송태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성실과 책임이었다. 교내의 커다란 일의 진행에는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고, 회의에도 빠지지 않은 채 모든 일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도 설마 선배도 처음 일텐데, 그럴까.”

 

 평소에는 그리도 눈에 잘 들어오던 자그마한 몸이 오늘 따라 왜 그리도 안 보이는지 그는 하루 종일 시선을 한 곳에 두질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한유진은 어디론가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길 위를 가득 채운 노을빛 속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 지금 가야 해. 안 그럼 늦어.”

 종일 자신을 피하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그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무겁게 디뎠다. 그리고 뒤돌아선 그의 눈앞에 까만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약간의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송태원은 그림자의 주인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잠시만.”

 낮은 목소리로 일행의 움직임을 멈춘 그는 재빨리 그림자의 위를 밟았다. 그리고 그림자의 끝에는 붉게 물든 눈과 앙 다문 입술이 있었다. 이를 본 그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끝나기도 전에 쏘아져오는 눈길에 그는 말을 채 잇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진짜 오늘 회의 가요? 그리고 나 잘 때 돼서야 들어오고요? 오늘 무슨 날인진 알아요?”

 하루 종일 그 말을 다 어떻게 참았는지 쏟아져 나오는 말에 송태원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짧으며 긴 시간이 지난 후 그는 결국 하나의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다

 “미안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확실히 알 때 나오는 그의 어투에 한유진의 눈매에 변화가 생겼다.

 “근래에 너무 바빠서, 아니 미안합니다. 이런 걸 잊으면 안 되는 건데.”

 변명조차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미안함을 전하는 그의 말에 다문 입술이 열렸다.

 “바쁜 거 나도 알아서 차마 물어보지도 못하겠고, 이런 마음이 드는 게 옹졸하진 않나 싶어서 말도 못하겠고.”

 평소 자신의 생각을 잘 말하지 않는 한유진의 성격 상 하루 종일 고민했겠다 싶은 마음에 송태원은 손을 들어 한유진의 눈가를 훔쳤다.

 “가자.”

 살풋 눈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가자는 그의 말에 오히려 한유진의 눈이 커졌다. 그저 조금 일찍 올 줄 알았던 그는 자신의 생각 이상의 결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저 오늘은 집에 일이 생겨서 가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가 벙쪄있는 사이에 일을 끝내고 온 그는 여전히 길 위에 서있는 한유진의 손을 잡아끌었다.

 “오늘 먹고 싶은 거 있어? 케이크 사갈까?”

 이것저것 물으면서도 놓지 않는 손에 한유진의 입가에는 슬며시 미소가 피어났다. 그렇게 그들의 백일의 기념일은 그 어느 날보다 달달한 향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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